패턴 시커(1) – 고도로 체계화하는 성향과 자폐의 연관성

패턴 시커(1) – 고도로 체계화하는 성향과 자폐의 연관성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자폐연구소 소장인 사이먼 배런코언 교수의 ‘패턴 시커(자폐는 어떻게 인류의 진보를 이끌었나)’의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패턴 시커(1) – 고도로 체계화하는 성향과 자폐의 연관성

1. 체계화 메커니즘

‘체계화 메커니즘’은 ‘만일-그리고-그렇다면(IF-AND-THEN)‘ 패턴을 끊임없이 찾는 뇌 속의 엔진을 뜻합니다. 이 엔진은 최초의 인간이 복잡한 도구들을 만들어내는 순간부터 발달하여, 현재 인간이 누리는 과학기술을 이루어냈다는 것입니다.

“체계화 메커니즘은 발명가, STEM분야(과학,기술,공학,수학) 종사자, 완벽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음악가, 장인, 영화 제작자, 사진가, 운동선수, 사업가, 변호사 등)의 마음 속에서 아주 높은 수준으로 맞춰져 있다. 이들은 정확성과 아주 사소해 보이는 세부까지 집중하는 ‘고도로 체계화하는’ 마음을 지니고 있어서 시스템이 작동하는 방식,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식, 시스템을 향상하는 방식을 생각하는 걸 즐긴다. 그러지 않으려고 해도 소용없다.” P.40

책에 나온 ‘그러지 않으려고 해도 소용없다’는 저 표현이 딱 들어맞습니다. 뇌인지 마음인지는 모르지만 이 엔진이 제가 살아오면서 다른 사람과 좀 다르다고 느꼈던 그 부분이니까요. 저는 오히려 ‘왜 다른 사람은 저렇게 안하지?’ 이런 의문을 늘 품고 있었어요. 왜 다른 사람은 어떤 지점을 갈 때 갈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찾아 비교하고, 가장 최적의 경로를 선택한 다음에 어떤 운송 수단을 사용해서, 어떤 시간으로, 어느 칸에서, 어느 좌석에 앉을지까지 ‘구성’해서 환상적인 환승과 적절한 시간(보통은 최소)으로 아름답게 도착하는 방법을 찾지 않지? 이게 보통 아닌가. 난 이게 정말로 엄청 재미있는데…

책에서는 제가 발췌한 저 내용 다음에 바로 이렇게 나옵니다.

‘체계화 매커니즘은 자폐인의 마음속에서도 매우 높은 수준으로 맞춰져 있다’
새로운 과학적 증거에 따르면 체계화는 부분적으로 유전의 영향을 받고, ‘자폐인, STEM 분야 종사자, 그 외에 고도로 체계화하려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이 유전자들을 가지고 있다’

저와 부모가 같은 제 동생은 어렸을 때 자폐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 아이는 증상이 심각한 어린 아이였을 때 ‘교통노선’에만 관심이 있었어요. 무발화인채 사람에 대한 관심은 없고 커다란 달력 뒤 하얀 종이에 지하철 노선도만 그렸지요. 지하철 노선은 몇 개 안되니 금방 지나고, 수없이 많은 버스 번호와 정류장 이름과 순서를 써 내려갔습니다. 자폐는 자라면서 어느 정도 완화되어 지금은 말도 잘하고 글도 잘 씁니다만, 여전히 동생의 세상에서 가장 크게 차지한 것은 전국의 노선입니다. 철도, 지하철, 버스 노선들… 그리고 자기가 추천한 교통 수단과 경로를 사용하지 않으면 진심으로 화를 냅니다. 저는 저 혼자만의 재미이고 또 이게 깨지는 상황에도 재미를 느끼지만, 동생은 ‘자신의 규칙’에 대해 다르게 대하는 거겠죠. 그렇지만 그 동안 저는 동생과 제가 어느 부분에선 닮았다는 것을 감각으로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게 이 ‘체계화 매커니즘’ 이 아닐까 싶습니다.

“고도로 체계화하는 사람은 일상 속에서 있을 때 친구를 사귀고 관계를 유지하는 등 가장 단순한 사회적 과제조차 매우 어려워하지만, 자연 속에 있거나 실험을 할 때는 남들이 못 보고 지나치는 패턴을 쉽게 감지한다. 그들 자신은 왜 남들이 자기를 무시하는지, 심지어 자기를 따돌리고 이용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혼란스러워하지만, 사실 이들이야말로 발명가가 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반대 특성을 지닌 사람, 즉 고도로 공감을 추구하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공감 능력이 엄청나게 높은 수준에 맞춰진 반면(다른 사람을 쉽게 이해하고, 다음 사람이 생각하거나 느낄지도 모르는 것에 매우 민감하다), 체계화 능력은 평균 이하다. 물론 고도로 체계화하는 동시에(패턴을 쉽게 발견해 사물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금방 알아내는 사람) 고도로 공감을 추구하는 사람도 있다. 이제 고도로 체계화하는 사람이 인지적 공감 능력에 있어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는, 즉 두 가지 능력 중 한쪽을 택하면 한쪽을 포기해야 하는 식의 상호 교환 규칙 같은 것이 있을지 모른다는 증거를 보게 될 것이다”

2. 내 뇌는 어디에 속할까?

책에 나온 60 만 명이 참여한 ‘영국 뇌 유형 연구’에서는 공감지수(EQ)과 체계화지수(SQ)를 기준으로 사람의 유형을 다섯 가지로 분류했습니다.

“SQ는 지도 읽기, 음악, 뜨개질, 문법 규칙, 자전거 역학, 요리, 의학, 가계도, 열차 시간표, 공중 보건 등 다양한 주제를 활용해 시스템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 묻는다. 이 모든 시스템이 만일-그리고-그렇다면 규칙에 따른다. SQ 점수가 높다면 법적 계약서에서 작은 글씨로 쓰인 항목이라든지 컴퓨터나 자동차 엔진의 사양 등 세세한 항목에 주의를 기울이는 유형이다.” P97

 

“반면 EQ는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거나 느끼는지를 얼마나 쉽게 상상할 수 있는지 측정한다. 앞 장에서 보았듯 인지적 공감이란 내 마음이 아닌 다른 마음, 특히 다른 사람이나 동물, 기타 어떤 존재(심지어 신)가 무엇을 믿고, 알고, 욕망하고, 지각하고, 느끼는지 상상하는 능력이다. 이런 능력 덕분에 인류는 유연한 기만, 교육, 지시적 의사소통과 공통의 믿음을 둘러싼 협력, 심지어 영성을 개발할 수 있었다.” P98

공감지수 EQ와 체계화지수 SQ는 각각 정규분포곡선을 그리는데, 이를 결합해 다섯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였습니다.

1.  공감지수 EQ, 체계화지수 SQ 둘 다 높음( EQ ↑, SQ ↑) : B형 (Balanced)
2. 공감지수 EQ는 높고, 체계화지수 SQ는 낮음( EQ ↑,  SQ ↓ ): E형(Empathizing)
3. 공감지수 EQ는 낮고, 체계화지수 SQ는 높음(EQ ↓, SQ ↑) : S형(Systemizing)
4. 극단 E형
5. 극단 S형

별도 포스팅으로 따로 책에 수록된 부록 검사지와  인터넷 검사 링크를 올렸습니다.

☞  ‘패턴시커 – 체계화 지수 관련 검사(SQ, EQ 등)’ 바로가기

다섯 가지 유형별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P102~108)

(1) E형

이들은 공감 점수가 체계화 점수보다 높다.  (중략) E형 뇌를 지닌 사람은 다른 사람과 편하게 어울리면서 쉽게 대화를 트고, 인간관계의 역동성을 바로 파악하며, 다른 사람의 기분에 쉽게 동조하고, 상담이나 구호단체 등 남을 보살피는 직업에 끌릴 가능성이 크다. (중략) 체계화에 관해서 생각해보면, E형 뇌를 지닌 사람은 콕 집어 알려주면 새로운 패턴을 볼 수는 있지만 좀처럼 자연스럽게 파악하지는 못한다. 필요하다면 기술을 이용하지만 그것에 열광하지는 않는다.

(2) B형

B형인 사람은 공감 능력과 체계화 능력의 차이가 거의 없다. 그래서 균형 잡힌 유형이라고 하는 것이다. 역시 인구의 3분 1 정도를 차지하며, 남성과 여성의 비율이 비슷하다. 공감 능력과 체계화 능력을 사용할 때 어렵거나 쉽다고 느끼는 정도가 비슷하다. 의사소통과 기술 사용 시에도 비슷할 정도로 편안함과 어려움을 느낀다.

(3) S형

S형인 사람은 E형과 반대로 공감 점수보다 체계화 점수가 훨씬 높다. (중략) 시스템 작동 과정과 패턴을 쉽게 파악한다. 설명서 없이도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시행착오를 거쳐가면서 어떤 장치든 금방 작동법을 알아낸다. 언제라도 실험을 통해 사물의 작동 방식을 ‘한번 알아내 볼’ 준비가 되어 있다. (중략) 공감 능력에 관해서라면 그럭저럭 쫓아가지만, 이들에게 공감이란 직관적이고 편하고 재미있는 것이라기보다는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4) 극단E형

공감 능력이 매우 뛰어나지만 체계화 능력은 평균 미만이다. (중략) 공감회로가 극히 높은 수준에 맞춰져 있어 아무 어려움 없이 직관적으로 남에게 공감한다. 누군가 어덯게 느끼고 생각하는지, 대화 중에는 어떤 말을 하고 어떤 말을 하지 말아야 할지 바로 알아차린다. 한꺼번에 여러 사람이 말을 주고받는 대화에서도 아무 문제없이 이야기를 나눈다. 누군가 민망해하거나 화가 나면 가장 먼저 알고, 남에게 어떻게 해주면 가장 좋을지 미리 생각한다. 다른 사람의 상황이 변하는 데 관심을 가지고 늘 친구들과 소식을 주고받는다. 하지만 체계화 능력에 관해서라면 이들은 패턴을 거의 알아차리지 못한다. 체계화 메커니즘이 매우 낮은 수준에 맞춰져 있으며, 기술을 사용하는 일은 주변 사람에게 맡긴다.(중략)

(5) 극단 S형

(중략) 극단 S형은 복잡한 패턴을 바로 파악한다. (중략) 극단 S형은 시스템의 일탈이나 불일치를 찾아내고, 오류를 점검하고, 문제를 해결해 시스템을 더 효율적으로 만드는 일을 잘한다. 사회적 기술에 관해서라면 공감 능력이 평균에 못 미치기 때문에 종종 대화 중에 퉁명스러우며, 생각한 것이나 떠오른 것을 앞뒤 재지 않고 꾸미지 않은 말로 불쑥 내뱉는다. 그래 놓고도 말한 내용이나 방식이 뭐가 잘못되었는지 모른 체 그게 사실 아니냐고 강변한다.  친구를 사귀거나 우정을 유지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으며, 좀처럼 남에게 공감하지 못하므로 이용당하기도 쉽다. 함정 속으로 들어가면서도 그것이 함정임을 보지 못한다. 오랜 기간 세상에 맞춰 어울리려고 노력했지만 사회적으로 배제당한다는 느낌에 시달린 나머지 우울해질 위험도 크다. 남과 어울리기보다 혼자 지내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많다.

 

다섯가지 유형에서 남성과 여성의 비율은 아래 그래프와 같습니다. (그래프는 책의 내용을 옮겨 제가 그린 것입니다. 책에는 없음)

여성은 E형의 비율이 높고 남성은 S형의 비율이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3. 자폐인과 고도로 체계화하는 사람의 마음 유형은 비슷할까?

계속해서 해당 연구에는 3만 6000 여명이 넘는 자폐인이 포함되어 있어, 비자폐인과 비율을 비교했습니다.

“극단 S형과 S형, 두 가지 뇌 유형을 합하면 자폐인 남성 중 62%를 차지해 비자폐인 남성의 44% 보다 높았으며, 자폐인 여성 중에는 50%를 차지해 비자폐인 여성 27%의 거의 2배였다. 이런 결과는 체계화하는 사람의 마음 사이에 공통점이 있으리라는 생각을 뒷받침한다.”(P110)

“이 결과는 자폐인이 더 ‘남성화된’ 특징을 지닌다는 생각과도 잘 들어맞는다. 즉 자폐인은 전체 인구 중 비자폐인 남성에게 더 흔한 유형인, 공감 능력보다 체계화 능력이 더 높은 S형이나 극단 S형을 나타낸다. “

공감능력과 체계화 능력의 차이를 측정한 D점수(공감 점수에 비해 체계화 점수가 얼마나 높은가)를 보면, 비자폐인 남성은 비자폐인 여성보다 D점수가 높고, 자폐인 남성과 자폐인 여성은 D점수가 매우 높습니다.

추가적으로 아래 연구를 통해 자폐인과 고도로 체계화하는 사람의 마음 유형이 비슷할 것이라는 가설을 뒷받침합니다.

표1. 자폐인과 고도로 체계화하는 사람의 마음 유형에 대한 관련 연구

S형이나 극단S형인 사람은 자폐 특성을 더 많이 나타낼까? 에 대한 가설과 관련된 연구는 아래와 같습니다.

표2. S형이나 극단S형인 사람의 자폐 특성에 대한 관련 연구

결과적으로, 저자는자폐인과 고도로 체계화하는 사람의 마음은 비슷하다.고 말합니다.

또한 영국 뇌 유형 연구 결과, 규모는 작지만 실제로 한쪽 능력을 더 많이 가지면 다른 한쪽 능력은 줄어드는 일종의 교환 현상이 관찰되었고,

“이런 결과는 두 가지 차원이 대체로 독립적이지만, 동시에 공통적인 생물학적 인자가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거기에는 출산 전 자궁속에서 태아의 뇌가 얼마나 많은 테스토스테론에 노출되었는지에 따라 결정될 수도 있고, 유전자 연구를 통해서도 어느 정도 확인된다.”

라며, 두 가지 연구 내용을 설명합니다.

영국에서 태어난 600명의 신생아를 자궁속에서 10대까지 추적한 연구에서 출생 전 테스토스테론 수치만으로 아기가 나중에 E형 또는 S형 뇌가 될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었습니다. ’출생 전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을수록 SQ점수는 높고 EQ점수는 낮았다‘. 또한 출생 전 태아가 더 많은 테스토스테론에 노출될수록 자라면서 더 많은 자폐 특성이 나타났습니다. 여기서 나온 결과를 바탕으로 덴마크에서 냉동 보관해 온 2만건의 양수 검체를 분석하여, 자폐 어린이가 비자폐 어린이보다 출생 전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더 높은 것을 확인했습니다. 체계화와 공감 능력에 대한 유전학 연구(전체 게놈 연구, 쌍둥이연구)에서도 유전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 공감과 연관된 유전자 변이와 체계화와 연관된 유전자 변이를 확인하였다고 합니다.

“뭔가를 꿔매야 한다고 생각해보자. 대부분 집에 있는 반짇고리를 뒤져 쓸 만한 바늘을 찾을 것이다. 최소 만족형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꿔매려는 소재에 완벽하게 맞는 바늘을 찾는다. 길이와 굵기는 어느 정도이며, 바늘귀는 얼마나 커야 하는지 안다. 그리고 몇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짇고리를 샅샅이 뒤져 기어코 그 일에 딱 맞는 바늘을 찾아낸다. 바로 그가 최대 만족형이다. 최대 만족형 인간은 시스템을 최적화하려는 완벽주의자이다.(이 예에서 시스템이란 바느질이다.) 따라서 고도로 체계화를 추구한다. P127”

 

“이런 최소만족형~최대만족형까지 점수를 연구했을 때도, 일란성 쌍둥이는 서로 훨씬 비슷했으며, ’따라서 어떤 사람이 체계화 정규분포곡선에서 어디에 해당하는지는 부분적으로 유전에 의해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추가로 높은 SQ점수와 관련된 흔한 유전자 변이의 26퍼센트가 흔한 자폐 관련 유전자 변이와 상관관계를 보였다. 고도로 체계화하는 성향과 자폐가 공통의 유전적 기원을 지닌다는 점을 입증하기에 충분한 수치다. 다르게 표현하면 이렇다. 고도로 체계화하는 성향의 원인 유전자 중 일부와 자폐의 원인 유전자 중 일부는 동일한 유전자다.”P129

개인적으로 ‘꿔매는데 필요한 바늘’ 설명이 제가 작업 등 어떤 일들을 처리할 때의 마음 그 자체라 누가 알아준 것처럼  와닿았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자폐의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고 스펙트럼이라 불리는만큼 그 양상도 다양합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고도로 시스템하는 성향’은 자폐 중 일부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거나 나중에 연관성이 밝혀질 내용의 한 퍼즐이라고 받아들이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저도 제 개인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해서 정리했을 뿐, 이게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전부라고 절대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 아이는 달라요.” 너무나 당연합니다. 그저 ‘이런 연구도 있다’ 정도로 받아들였으면 합니다.

☞  ‘패턴시커 – 체계화 지수 관련 검사(SQ, EQ 등)’ 바로가기

다음 편에서는 책의 뒷 부분인 제일 처음 요약된 이미지(섹스 인 밸리)에 대한 연구 내용 등을 다루겠습니다.

※ 관련 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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