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턴 시커(3) – 어떻게 교육해야 하는가

패턴 시커(3) – 어떻게 교육해야 하는가

제게 이 책이 중요한 이유는 제 스스로 제 어린 시절 교육에 대한 아쉬움이 크기 때문입니다.

저는 제가 관심있는 분야에 대해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알아나갔습니다. 학교생활은 문제없고 성적도 잘 나오는 편이니, 오히려 제 관심 분야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교과 수업을 통해 배운게 아니라, 스스로 공부하고 문제집을 통해 확인해 나간 거라 타인에게 배울 수 있다는 점을 몰랐습니다.  항상 바쁜 어른들에게 엉뚱한 질문을 던지고 물어볼 수 있다는 점을 몰랐습니다. 누군가 더 잘 아는 사람을 만나는 기쁨을 몰랐지요.

만 8세 무렵부터, 책을 먹어치우듯 읽기 시작했습니다. 책에 너무 몰입해서 잠 자는 시간에도 몰래 읽곤 했죠. 초등학교 내내 매달 보는 수학시험은 매번 상장을 받았고, 다른 과목을 공부한 기억은 없습니다. 중학교 때 매 시간 조금씩 진도를 나가는 방식이 제게 맞지 않았고, 차라리 시험 전에 몰아서 공부하는게 더 재미있고 효과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다닌 고등학교 수업은 진도를 나가지도 않고(이미 학원 등 선행으로 학생들이 알고 있다는 전제), 입시를 위하여 문제집을 푸는 시간이었습니다. 중고등학교 때는 대부분의 수업시간에 다른 책을 읽거나 잤습니다.  그래서 수업의 기쁨은 대학에 가서 알았으며, 교수님께 많은 질문을 했습니다. 교수님의 답변으로 궁금증이 사라지고 더 명확해지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습니다.

“두 가지 큰 흐름을 제공하는 교육 시스템을 상상해보자. 다양한 과목을 학습하는 데 큰 문제가 없는 대부분의 어린이에게는 지금처럼 다양한 과목을 가르치면 된다. 하지만 고도로 체계화하는 성향을 지닌 어린이는 관심 분야를 전문적 수준으로 추구하도록 몇 가지 과목만 가르치는 것이 좋다. 이런 어린이는 체계화와 공감의 정규분포곡선에서 극단 S형에 해당하므로 쉽게 찾아낼 수 있다.
다양한 과목을 가르치는 방식이 바로 기존 주류 교육이다. 많은 과목을 조금씩 배우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런 교육 과정이 모든 어린에게 맞는 것은 아니다. 너무 빨리, 너무 자주 전혀 다른 주제에 관심을 돌려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다양한 과목을 가르치는 교육은 종종 한 명의 교사가 많은 학생을 가르치는 집단 학습의 형태를 띠는데, 일대일 교육이나 심지어 독학을 통해 가장 빠르고 완벽하게 학습하는 어린이도 있다. 교육 과정에서 과목 수를 크게 줄이면 이런 어린이들이 한 가지 과목에 관심을 가지고 마음껏 파고들 수 있다. 이런 교육 과정은 어린이가 가장 좋아하고 관심 있는 과목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개념을 기반으로 한다. 수학이든 역사든, 오래전에 사라진 고대 언어처럼 훨씬 구체적, 전문적인 분야든 상관없다. 한 학기 내내, 심지어 학교에 다니는 내내 그 과목만 공부하고 싶다면 그랟 좋다. 여전히 가치 있는 교육이 가능하며, 그렇게 배운 어린이는 그 방면의 전문가로서 직업을 가지고 살 수 있다. 이들은 강한 흥미를 느끼는 좁은 분야, 때로는 경멸적인 의미를 담아 ‘강박’이라고도 불리는 분야를 추구할 수 있어야 한다.  (P. 299)

 

전문가적인 정신을 지니고 태어난 어린이에게는 강점을 살릴 수 있도록 좁고 깊은 교육 과정을 제공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비참할 정도로 고통받다가 형편없는 성적과 상처만 안고 학교를 더나는 일을 막을 수 있다. 사실 이렇게만 해주면 그들은 학습 경험을 즐길 수 있다. 각자 독특한 학습 스타일이 뿌리를 내리고 활짝 꼬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다. 모름지기 교육이란 폭넓은 지식을 제공해야지, 처음부터 관심을 한정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폭넓은 교육을 추구한 결과로 아이들이 아예 교육받기를 포기한다면, 폭을 좁히는 것이 분명 더 좋은 방법이다. 한 부모는 내게 말쌔다. “현재의 주류 교육은 일부 어린이에게 전혀 맞지 않아요.” 역설적으로, 아무리 폭넓은 교육을 받아도 결국 대학에 가거나 직업을 가질 때는 뭔가를 전문적으로 추구하게 마련이다. 좁은 과목을 전문적으로 배운 사람이 자기 분야와 관련된 지식으로 흥미의 폭을 넓혀 가는 일도 흔하다. 따라서 배움에는 서로 다른 길이 있을 뿐이라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대다수 학생은 폭넓게 시작해 좁혀 가지만, 극소수 학생이 좁게 시작해 넓혀 간다고 해서 나쁠 것은 전혀 없다.

 

학생 때 다른 모든 과목은 합쳐서 거의 다 맞았는데, 가정가사 과목 하나에서만 우수수 틀려 평균 점수를 받았던 일이 있습니다. 그 때 선생님은 그 과목에 무슨 불만있냐고 했는데, 저는 제가 여자라는 이유로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어 보이는 그 과목을 왜 들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여학생은 가정, 가사를 남학생은 기술 과목을 들어야 했는데, 기술 교과서를 보니 좀 더 제 관심사에 맞았습니다. 그 이후 교육과정에서 가정가사와 기술은 합쳐졌고,  성별에 따라 무조건 들어야 하는 강제 과목은 없는 것으로 압니다.

저는 학습 능력이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이 호기심과 공부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목적의식’이 없었습니다. 그냥 늑대가 키운 야생아처럼 본능으로 궁금하면 읽고 또 읽었습니다. 제 아이 뿐 아니라 누구라도 이런 아이가 있다면, 그 호기심과 궁금증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떤 길들이 있는지 알려주고 싶습니다. 네가 연구한 것들을 짧게라도 정리해 보라고 하고, 그게 가치가 있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 아이에게 이 분야에서 이미 앞서나간 선배들을 소개해 주고 싶습니다. 그 사람들이 책에 존재하는 멀리 있는 신기루가 아니라 직접 만날 수도 있는 실체라는 것을 알게 해주고 싶습니다. 자기만의 미로에서 자기만의 즐거움에 매몰되지 않고,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패턴 시커’의 저자가 교육으로 마무리 한 그 마음은 돕고 싶은 마음이라 느꼈습니다. 이 블로그도 그런 마음으로 시작한 것입니다. 패턴을 찾고 즐기는 것, 그렇게 재미있게 살아가는 모습을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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