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턴 시커 – 우리는 어떤 사람을 만나야 할까

패턴 시커 – 우리는 어떤 사람을 만나야 할까

1. 자폐아를 낳을 거라는 걱정

‘내 아이가 제발 자폐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 ‘만약 자폐라면, 내가 엄마처럼 자폐아를 키울 수 있을까?’

두려움이란 감정과 같이 떠오르는 생각들입니다. 아예 모른다면 ‘내가 낳은 아이니까 무한 책임지고 사랑으로 돌보겠다’는 마음이 들 수도 있는데, 저 같은 자폐인의 형제들은 자폐인과 그 부모를 아주 가까이서 지켜보았기 때문에 오히려 아무 것도 겪지 않은 사람보다 – 실체를 아니 – 더 큰 두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자폐가 있는 아이를 키우는 글이나 만화를 보면 내 아이가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생각도 못 해 봤다’는 분들이 계시던데,  저같은 경우는 평생 저 생각이 마음 한켠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를 낳지 않는 선택을 하신 분들도 존중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 아름다운 세상을 함께 누리고 싶은 마음으로 꼭 아이를 낳고 싶었습니다. 아이가 있으면 더 행복할 거 같았습니다.  누군가 제게 이기적이라 한다면, 달게 받겠습니다. 이 세상 모든 아이는 부모가 아이의 의사를 묻고 태어나는 게 아니니, 부모의 행복을 위하여 낳는다고 생각합니다.  그 누구도 아픈 아이를 낳고 싶었던 것도 아니고, 아픈 아이의 부모가 되고 싶었던 것이 아닙니다. 같이 행복하고 싶었던 마음이 다양한 이유로 도전을 받게 되고, 극복하고 행복하고자 노력하며 사는 것이 우리 삶의 모습이라 생각합니다.

 

2. 어떤 사람을 배우자로 만나야 할까

한국에서 연애를 하고 결혼상대자를 찾을 때, 보통 다음과 같은 것을 추구한다고 합니다.

집안, 직업, 자산, 학력, 성격, 외모, 이름 하여 그 유명한 육각형.

흔히 여자가 남자를 볼 때 하나하나 항목을 따져본다고 하는데, 요즘 같이 맞벌이해야 유지가 가능한 시기에는 남자도 여자의 직업과 자산 등을  안 따져볼 수 없겠죠.

자 그렇다면 저처럼 체계화하는 성향이 강한 타입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답은 없겠죠. 그래서 그냥 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제가 스스로 그런 타입인 것을 알고 한 것은 아닌데, 전 ‘집안, 직업, 자산, 학력’을 보지 않았습니다.( 책에서는 ‘끼리끼리 결혼한다’는 ‘동류교배’를 예로 드는데 저는 완전히 반대 케이스입니다. )

그 것까지 봐서는 제가 원하는 사람을 만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원하는 사람은 ‘제 마음에 드는 외모에 따뜻한 사람’이었어요. 정확하게는 인지적 공감과 정서적 공감 능력이 두루 높은 타입을 원했던 것 같은데 그걸 뭐 테스트지를 내밀어 볼 수도 없는 거고, 직접 느끼고 몇 가지 에피소드를 통해 유추할 수밖에 없지요.

그런데 정말 웃기게도 제가  ‘어떤 타입을 만나고 말아야겠다’ 이런 생각이 먼저한 게 아니라, 경험을 통해 특정 타입에는 정말 안 끌렸습니다. 특히 일종의 스테레오 타입처럼 ‘공학생 중 전공은 잘하나 사회성은 떨어지는 친구들’은 관심사의 세부적인 이야기를 나눌 때 정말 신나고 재미있지만 연애 대상으로 보지는 않았습니다. 고백을 받으면 마음은 고맙지만, 약간 ‘근친상간’ 같은 감정이 들어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감정은 명확한데 왜 그런지 모르니 대충 표현하곤 했습니다. “나와 같은 전공은 좀…”, “남자의 직업과 학벌보다는 외모를 본다”, “남자의 눈물에 약하다.” 등등

제가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요즘 많이 쓰는 표현으로 하면 ‘가정적인 사람’도 그 범위에 들 거 같습니다. 아내가 입덧할 때 같이 입덧하는 남편들도 있다고 하던데, 그런 분들을 본 적은 없어서 그런 분들이 실제 공감능력이 높은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반대로 저 같이 ‘체계화하는 성향이 강한 사람’을 구분해서 거절하고 싶다면, 제가 생각할 때 가장 부합하는 것은 ‘도형에 관련된 테스트’입니다.  저는 스스로 도형과 관련된 테스트에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적성검사나 IQ검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림에 중첩된 삼각형의 수나 평면도의 여러 면에 걸쳐 무늬를 그리고는 조립했을 때 가능한 조합을 묻는 문제들입니다. 만약 상대가 제게 확인했다면 저는 백퍼 걸러졌을 수도…ㅎㅎ 그런데 이 ‘체계화하는 성향’을 가지고 정신적 문제가 없다면 현대 사회에서 보통 안정적인 직장에서 높은 연봉을 받을테니, 본인이 그런 타입이 아니라면 선택의 문제 같습니다.

 

3. 그래서 결과는? 

저는 이미 결혼을 하고, 두 아이를 낳았습니다. 제가 이 책을 먼저 읽었다면 상대의 공감능력과 관련된 부분을 좀 더 열심히 봤을까요? 아마도 그랬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책을 안 보고, 배우자를 만나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를 낳기 위해서만 결혼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부모의 형제자매 중 자폐인이 있다면, 자폐아를 낳을 확률은 3~5%, 일반 아이들의 1.5%보다 2~3배 높다고 합니다. 1.5%와 최대 5%, 다른 사람에겐 어떠할지 모르지만 둘 다 제겐 충분히 낮은 수치였습니다.

그렇게 두 번의 임신과 출산으로 얻은 두 아이…

제가 때로는 맘 졸이며 걱정하고,  때로는 의연하게 대응하겠다 다짐한 ‘자폐’는 아직 모릅니다. 

첫째는 남자아이인데 지금 만2세가 넘어 말을 잘합니다. 사람보다 자동차에 관심이 많지만 남자아이들은 많이들 그러니까요. 다행히 좋아하는 어른을 대할 때나 친구들을 대할 때, 특별히 이상한 점이 보이지는 않습니다. 둘째는 여자아이인데 아직 만 1세도 되지 않았지만, 첫째보다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퇴행이 있으니, 마음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둘 다 만36개월(만3세)가 넘어야 걱정을 덜 거 같습니다.

첫째는 내 인생에서 꼭 만나고 싶은 운명같은 아이라면, 둘째는 기대도 안했던 선물같은 아이입니다.  (둘째는 계획 임신이 아니였습니다.) 그렇지만, 감히 셋째는 바라지 않습니다. 임신, 출산, 육아까지 다 ‘자폐’를 각오하고 겪어야 하는데 그 시간이 짧진 않습니다. 아마 저 같이 자폐인인 형제가 있는 사람은 어느 정도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권할 수는 없고, 비슷한 상황에 계신 분이 참고 할 수 있겠지요.

제가 생각할 때 ‘패턴 시커’ 책을 읽고 남은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사람이고, 내 배우자를 어떤 사람을 만나고 이런 것보다는…

‘내 아이에게 이런 성향이 있다면,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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