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유튜버가 요약한 ‘자폐아가 많은 부모의 직업.jpg‘과 연관된 두가지 연구에 대한 이야기가 ‘패턴 시커’ 책의 8장, ‘섹스 인 밸리’에 있습니다.
1997년 ‘부모 직업 연구(Parent’s Occupations Study)’는 자폐 어린이 부모 1,000명과 대조군을 분석한 결과입니다.
“Is there a link between engineering and autism?(공학과 자폐증 사이에 연관성이 있는가?)“(1997), S.Baron-Cohen 외
연구진은 자폐 어린이의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고도로 체계화하는 직업의 전형적인 예라 할 수 있는 공학 분야에서 일할 가능성이 더 클 거라는 가설을 세웠고, 예상은 적중했습니다.
“이들은 자폐 진단을 받지 않은 어린이나 다른 장애를 지닌 어린이에 비해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엔지니어일 가능성이 2배 이상 컸다. 이런 경향은 친할아버지와 외할아버지 양쪽 모두 동일했다. 당시에는 집 밖에서 직장을 가지고 일하는 엄마들이 너무 적어서 직업을 파악하기 힘들었지만, 별도의 연구 결과 자폐 어린이의 엄마들은 체계화 검사에서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대조할 4개의 통제 그룹은 다음과 같습니다.
TS(Tourette Syndrome, 뚜렛신드롬), DOWNS(Downs Syndrome,다운 증후군), LANG(Language was delayed, 언어지연), NORMAL
Table 1은 아버지의 직업, Table 2는 할아버지들(친할아버지, 외할버지)의 직업을 대조군과 비교했습니다.
(참고로 Table2, 4 는 엄마와 할머니에 대한 결과인데 그 당시에는 가정주부가 많아서 의미가 없는 수치입니다.)
여기서 ‘엔지니어’는 구조, 전기, 토목, 화학 엔지니어만으로 좁게 정의했습니다.
또 ‘컴퓨팅’이 아주 적은데 이 또한 아마도 97년엔 컴퓨터 관련 직업이 극히 적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근데 뚜렛증후군 의학분야 아버지 비율 괜찮은건지?)
※ 참고 – 해당 논문에서의 직업 구분
Engineers (narrowly defined as professional engineers, including structural, electrical, civil, and chemical engineers only);
Computing (including programmers and hardware specialists);
Skilled Manual (including all manual occupations requiring some training, except engineering – e.g.: auto-mechanics, plumbers, carpenters, builders, etc.,);
Science (including all the natural sciences, and pharmacy, but excluding medicine and engineering);
책에서는 부모 직업 연구는 이미 자폐 진단을 받은 어린이에서 시작해 그 부모가 고도로 체계화하는 경향이 있는지 알아본 후향적 연구고, 고도로 체계화하는 경향을 지닌 부부의 자녀가 자폐인일 가능성이 더 큰지 알아보는 전향적 연구를 해보려 했다고 합니다.
2003년 MIT 동문회장을 역임한 브라이언 휴즈의 ‘동문 자녀의 자폐 발생률이 일반 인구에서 보고되는 1~2 퍼센트가 아니라 무려 10퍼센트에 달한다’는 이야기에 흥분한 배런코언 교수는 수많은 MIT 졸업생을 조사하는 ‘MIT 연구’를 준비합니다. MIT는 1975년 전까지 남학생만 입학 가능했고, 개설된 강좌가 정밀 과학에만 국한되었기 때문에 이들의 자녀가 자폐인이면, 그 아이들은 STEM에 재능이 있는 아버지에게서 태어났다고 가정할 수 있으니까요. 1975년 이후는 남녀공학이 되었으니 대학교에서 만난 커플을 추적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봤고요. 안타깝지만 이 연구는 MIT임상연구심사위원회의 정식 승인까지 받았지만, 당시 총장인 ‘찰스 베스트’가 MIT의 명성이 손상될지 모른다는 우려로 반대해 무산되었습니다. ( 책을 읽으며 학문적 자유가 침범당한데 대한 저자의 분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
2010년 네덜란드의 실리콘밸리라 할 수 있는 아인트호벤에서 자폐발생률이 매우 높다는 일화적 보고에 관한 기사를 쓰는 기자(파트릭 비르크스)가 교수에게 이메일을 보냈고(저자는 이를 ‘행운이 찾아왔다’고 표현) , 바로 만남을 가지고 ‘일이 잘 풀리느라고 마침 내 연구실에서 석사 과정을 밝고 있던’ 마르티너 룰프세마(Martine Roelfsema)의 도움으로 연구가 성사되었습니다.
Are Autism Spectrum Conditions More Prevalent in an Information-Technology Region? A School-Based Study of Three Regions in the Netherlands(2011)
– Martine T. Roelfsema, Simon Baron-Cohen 외 (정보기술(IT) 지역에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ASC)의 유병률이 더 높은가?, 네덜란드 3개 지역을 대상으로 한 학교 기반 연구)
“네덜란드의 다른 두 도시, 위트레흐트와 하를렘에 비해 아인트호벤에 얼마나 많은 자폐 어린이가 있는지 조사하는 연구였다. 두 도시는 아인트호벤과 인구수는 물론 다른 인구학적 특징도 비슷햇지만 , STEM 허브는 아니었다. 마르티너는 세 도시의 모든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에 연락해(650개 넘었다) 자폐 진단을 받고 특수 교육 등록부에 올라 있는 어린이가 몇 명이나 되는지 조사했다. 절반 이상의 학교가 참여해 6만 명이 넘는 어린이의 정보를 제공해주었다. 결과가 속속 들어와 집계되었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따. 예상이 정확히 적중했던 것이다. 아인트호벤에서는 어린이 1만 명 중 229명이 자폐 진단을 받은 반면, 하를렌세어는 84명, 위트레흐트에서는 57명에 그쳤다. 자폐는 아인트호벤에서 2배 이상 흔했다.
이 결과로 우리는 STEM에 재능을 지닌 사람은 일반 인구에 비해 자폐인 자녀를 둘 가능성이 더 크며, 그런 사람이 모여 사는 지역사회에서는 자폐 유병률(prevalence)이 크게 높을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논문에서는 아인트호벤에 대해 ‘필립스(Philips), ASML, IBM 등 IT 및 기술 기업이 밀집한 지역이며, 전체 고용의 30%가 기술 및 ICT 관련 직종에 종사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논문에서 결과(Result) 부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659개의 학교에 요청해, 369개 학교(56%)에서 62,505명 아동에 대한 진단 정보를 제공받았다. 아인트호벤 지역의 응답률(75.5%)은 하를렘(49.8%)과 위트레흐트 지역(45.7%)보다 높았다. 특수 학교는 일반 학교보다 응답 가능성이 두 배 더 높았다. (중략)
표 1(Table 1)과 그림 1(Fig.1)은 지역별 ‘행정 기록상 유병률(Administrative prevalence)’를 보여준다. 예상대로 ASC(Autism spectrum conditions, 자폐스펙트럼)의 ‘행정 기록상 유병률(Administrative prevalence)’은 에인트호벤 지역(10,000명당 229명)에서 하를렘(10,000명당 84명)과 위트레흐트(10,000명당 57명) 지역에 비해 상당히 높았다. 고전적 자폐 장애(Autistic disorder) 유병률도 아인트호벤에서 가장 높았다. ADHD 및 쓰기 등 실행장애(dyspraxia prevalence, 운동실조증)는 지역간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표 2(Table 2)는 학교 유형 및 성별에 따른 ASC 유병률을 보여준다. 예상대로 남학생의 ASC가 여학생보다 4배 이상 높았으며 이 비율은 지역에 따라 다르지 않았다(p < 0.2). 중등학교의 ASC 유병률은 초등학교보다 높았는데, 이는 중등학교 수에 늦은 진단을 받은 아이들이 포함되었기 때문이라고 예상되었다.
(원문)
Of the 659 schools invited, 369 schools (56.0%) took part, providing diagnostic information on 62,505 children. Response in the Eindhoven region was higher (75.5%) than in the Haarlem (49.8%) and Utrecht regions (45.7%). Special schools were twice as likely to respond as mainstream schools. No difference was found in response between primary and secondary schools after adjustment for region and type of school (special or mainstream)(p = 0.9). There was some evidence that responding schools were larger than non-responding schools (secondary schools p = 0.15, primary schools p = 0.03) and the weighting takes this into account.
Table 1 and Fig. 1 show administrative prevalence by region. As predicted, administrative prevalence of ASC was significantly higher in the Eindhoven region (229 per 10,000) compared to the Haarlem (84 per 10,000) and Utrecht (57 per 10,000) regions. Autistic disorder alone was also more common in the Eindhoven region compared to the other two regions. ADHD and dyspraxia prevalence were not significantly associated with region.
Table 2 shows the prevalence of ASC by type of school and by gender. As expected, ASC in boys was more than four times higher than in girls, and this ratio did not vary by region (p < 0.2). The prevalence of ASC in secondary schools was higher than in primary schools, which was expected because children with a late diagnosis were included in the secondary school count.
※ 네덜란드의 초등학교는 8년제로, 1학년이 만4세 정도라 우리나라로 치면 유치원 과정과 초등학교 과정이 합쳐진 형태입니다. 이후 8학년에 시험을 치르고 만12세에 6년제의 중등학교에 진학, 그 이후에는 대학을 가거나 일을 합니다.
이 연구에 고무된 저자는 ‘가자 실리콘밸리로!’ 이런 분위기였지만 후속 연구가 책에 언급되지는 않았습니다.
책에서는 고도로 체계화하는 사람끼리 결혼하는 것을 생물학의 ‘동류교배(Assortative mating)’라 봤는데, 거기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습니다.
“우선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은 같은 곳에 살 가능성이 크다. 비슷한 교육을 받고, 비슷한 경력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고도로 체계화하는 사람끼리 부부가 될 가능성이 큰 이유는 사회적 기술이 뛰어난 사람들이 먼저 결혼해 부부가 되고, 사회적 기술이 부족한 사람들은 뒤로도 오랫동안 독신으로 남아 짝을 찾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늦게까지 독신으로 남아 있다 보니 서로를 발견한다. 세번째 가능성은 비슷한 마음을 가진 사람끼리 서로 끌린다는 것이다.”
* 개인적으로 마지막 내용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고도로 체계화하는 성향이 강한 저는 이런 내용을 전혀 모르던 시기에 같은 전공이나 회사에서 이런 성향을 보이는 사람은 절대 연애상대로 여기지 않고, 흡사 ‘근친상간’과 비슷한 감정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친구와 기술 이야기 할 때는 아주 즐겁고 재미있었지만 그 뿐이었고, 이 것을 저는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이 부분은 제 개인적인 이야기로 따로 적겠습니다.
저자는 이 장의 마지막에 ‘아인트호벤과 실리콘밸리 같은 지역사회가 모든 국가에 뿌리내리고 꽃피우면서 고도로 체계화하는 사람끼리 만나 가족을 이룰 가능성이 더 커진다면, 미래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라며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에 ‘한국의 실리콘밸리’라 불릴만한 곳은 네이버, 카카오, 넥슨 등 IT와 게임회사가 모여있는 ‘판교테크노밸리’가 있지만, 분당에 속하는 판교 인근은 집값이 비싸서 멀리서 출퇴근하는 비율도 높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동탄(삼성)이나 수원 영통(삼성과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와 판교 접근성이 높음)에 대한 연구 결과가 궁금합니다. 물론 이런 대기업들이 고도로 체계화하는 성향의 사람 외에도 워낙 사람을 많이 뽑고 이 지역들에는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도 많이 살기에 별 차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가장 궁금한 것은 카이스트 같은 과학기술대와 포항공대를 추적하는 것이지만, MIT처럼 학교의 평판을 이유로 연구가 되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저도 저자처럼 이런 연구 자체가 지역과 학교의 평판을 떨어뜨린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이제는 고도로 체계화하는 성향과 자폐간에 일부 유전적 연관이 있다는 사실이 너무 명확해서, 이런 지역사회 연구가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왜 똑같은 부모에게 태어난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고도로 체계화하는 성향이 강한데 자폐는 아니고, 한 사람은 그 성향을 가진채 자폐일까? 이건 제 이야기입니다. 성별이 연관된다면 태내 테스토스테론 노출 외 다른 작용은 없는가. 결국 답은 유전자를 더 연구하는 것이겠죠. (농반 진반으로 연구기관에서 샘플 필요하셔서 연락주시면 검토해보겠습니다?) 추가적인 연구를 계속 추적하려 합니다.
이제 다음은 이 책에 대한 내용의 마지막으로 미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